사회과학에서 방법론적 개인주의

1) 사회과학의 철학에서 methodological individualism(MI) 자체를 논박하는 저술은 꾸준히 많이 쏟아져나오고, 반대로 MI를 변호하는 저술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논박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MI가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며 푸념한다. 그냥 MI가 더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방법론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신학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장광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결론이 맞는 것은 아니며, 그냥 방어하기 어려운 주장을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숨겨두는 스테가노그래피적 장치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2) 개인은 물리적 신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성원의 신체를 제외한다면, 집단이나 사회는 그런 물리적인 존재 양상이 없다. 따라서 어떤 현상의 원인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인으로 지목할 대상의 존재성이 가정되어야 한다. 사회과학적 탐구를 시작하기 전에 자연과학적인 탐구가 전제되어 있다면, 자연과학적으로 존재성이 밝혀진 개인을 행위자이자 단위로 하는 MI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증명의 부담은 methodological holism(MH)에 있는 것이다.
3) 설사 집단이나 사회적인 수준의 개념에게 존재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물리적 실체가 있는 개인과 같은 수준에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인데, 그런 추상적인 개념이 포함된 설명은 개인만을 행위자로 한 설명과 같은 수준의 설명이라고 할 수 없다.
4)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오직 사회적 수준의 변화만을 가정한 counterfactual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논리를 비틀어서 개인을 사회적 요소가 작용하는 도구로서만 개념화하는 철학자들이 있는데, 이 또한 개인은 물리적이고 사회는 비물리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MH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철학자(=대부분의 사회과학의 철학 연구자)들이 petitio principii(논점선취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보인다.

덧글

  • 산마로 2019/09/04 14:26 # 삭제 답글

    물리적 존재성뿐만 아니라 인격적, 정신적 존재성도 개인에게만 있는 것 아닌가요. 인간은 저그가 아니라서 초월적 정신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요.
  • acio2 2019/09/05 15:07 #

    하지만 물리적인 존재성과 독립된 인격적, 정신적 존재성이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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