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학?

꾸란을 읽다가 현대 과학적 세계관에 배치되는 내용이 보여서 이걸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해서 이슬람과 현대과학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꾸란은 신의 말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유대교, 기독교 성경처럼 그냥 대충 아 그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감응을 받아 쓴 거에염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기독교인이 예수가 사실은 마리아가 다른 남자랑 간통해서 낳은 자식이고 그냥 신실하고 착한 성자였다는 주장을 빋아들일 수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이건 무슨 편집된 책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찾지를 못하겠다. )


한 책은 파키스탄 물리학자가 쓴 책으로, 70년대에 이슬람주의 장군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뀐 뒤 소위 이슬람 과학이랍시고 꾸란에 계시된 기적에 과학 용어를 적당히 버무리고서는 마치 현대 과학에 의해 기적이 증명된다는 식의 '이슬람 과학' 연구가 추진되는 걸 보고 기겁해서 쓴 책이다. 

"Following the double coup of guns and theology in 1977, (...) numerous charlatans and sycophants, responding to the regime's rhetoric of Islamization, had seized the reins of society and set for themselves the task of 'Islamazing' everything in sight, including science. (...) [They] laid claim to various bizarre discoveries which ranged from calculating the speed of heaven using Einsteins Theory of Relativity, to finding the chemical composition of jinns, and even to the extraction of energy from these fiery divine creatures so that Pakistan's energy problems could be solved.
Astonishing though it was, these results of 'Islamic science' were often presented in large-scale, state supported, well funded, national and international conferences, and published in local scientific journals. (...) This is an exposition and critique which was inspired by the First International Conference of Scientific Miracles Of The Holy Quran And Sunnah, organized in Islamabad by the International Islamic University during the time of General Zia."
"1977년 총과 신학의 이중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정권의 '이슬람화'라는 수사에 부응하여 수많은 사기꾼과 아첨꾼이 사회의 주도권을 잡고서는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이슬람화'하는 과업에 나섰다. 그 대상에는 과학도 포함되어 있었다. (...) 그들은 각종 괴상한 발견을 했다고 주장해댔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천상의 운행 속도를 계산하는 것에서부터, 정령의 화학적 조성을 찾아내고, 그런 신령스럽고 불에 타오르는 존재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해 파키스탄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에 이르렀다. 
기막힌 일이었지만, 이 '이슬람 과학'의 결과물은 대규모에다가 국가 지원을 받고 재정이 충분한 여러 국내 및 국제 컨퍼런스에 흔히 발표되었다. (...) 이 저작은 Zia 장군이 집권한 시기 국제 이슬람 대학에 의해 조직되어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에서 열린 '제 1회 성 꾸란과 순나의 과학적 기적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에 영감을 받아, 나의 논지를 설명하고 또한 비판적 논의를 전개하는 작품이다."
Hoodbhoy, Islam and Science: Religious Orthodoxy and the Battle for Rationality, Zed Books Ltd., 1991.

그런데 한참 뒤인 2009년에 천체물리를 전공하고 과학교육 및 과학 저술가로 일하는 사람이 거의 똑같은 연구가 각종 이슬람 국가에서 엄청난 사회적 지원을 받으며 성행하는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Dubai turned from] a scorching and barren desert to a modern city (...). (...) Now, in contrast to that dazzling development, one finds the level of human and scientific development incredibly depressed – and depressing. (...) The story of stark contrast between material and intellectual development, and between technological and scientific progress that I am telling here is not about the UAE per se, but rather about the Arab/Muslim world more generally.
(...)
In December 2006, the ‘Eighth Conference on Scientific I‘jaz (Miraculous Aspects) in the Qur’an and the Sunna’ was organized in Kuwait (at the Sheraton Hotel) by the World Authority on Scientific I‘jaz in the Qur’an and the Sunna. Over several days, ‘scholars’ presented 86 papers (in parallel sessions) on the following topics
 - The scientific I‘jaz in the distinction between the urine of the female maid and that of the suckling boy.
 - The scientific I‘jaz in the prophetic Sunna regarding the stagnant water.
 - Satellites bear witness the truth of Muhammad’s prophethood (PBUH)."
(사실 비슷한 정도로 이해할 수 없거나 기막한 주제가 더 있었지만 귀찮아서 3개만 옮김)
"[두바이는] 태양이 작열하고 황량한 사막에서 (...) 현대 도시가 되었다. (...) 그러나 그와 같은 화려한 개발과는 대조적으로, 인간적, 과학적 발전 수준은 대단히 저하되어 있으며, 절망적이다. (...) 물질적 개발과 지적 발전 간의, 그리고 기술적 진보와 과학적 진보 간의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과 같은 현저한 대조는 단지 UAE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아랍/무슬림 세계에 일반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다. 
(...)
2006년 12월, '제 8회 성 꾸란과 순나의 과학적 기적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는 '성 꾸란과 순나의 과학적 기적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에 의해 쿠웨이트에서 조직되었으며, 쉐라턴 호텔에서 열렸다. 며칠에 걸쳐 '학자'들은 동시에 열린 여러 세션에서 다음 주제에 관한 8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여자 유모와 젖먹이 남아의 소변의 구분에 있는 과학적 기적
 - 고인 물에 관한 예언자의 순나에 있는 과학적 기적
 - 위성이 무함마드(PBUH)의 예언자성이 진실이라는 증거를 보이다"

"[In] April 2007, a conference was organized in Abu Dhabi on ‘Qur’anic Healing’ (...).
(...)
One main theme in the conference was the effect of the recitation of verses of the Qur’an on water, which then heals many ills in patients who drink it. [Some participants] explained it by some electromagnetic waves, which, carried by the ‘vibrations’ of the Qur’an being read, ‘rearrange’ the molecular structure of the water, giving it special ‘energy' (...). (...) One speaker (...) brought with him a device that purported to extract the ‘Qur’anic energy’ stored in the water (...); the device then transforms the energy into digital information, records it and even sends it by the Internet to anyone needing it anywhere in the world.
(...)
The conference concluded by adopting a set of resolutions, particularly recommending to the authorities that government clinics be set up for the practice of the Qur’anic healing, where well-trained, fully educated practitioners are visited by patients. The conference called for the ministries of health and religious affairs to form a joint commission, whose task would be to issue certifications for the Qur’anic healers, who would (...) have to undergo examinations."
"2007년 4월에는 아부다비에서 '꾸란 치유'에 관한 컨퍼런스가 (...) 열렸다.
(...)
주요 주제 중 한 가지는 꾸란 구절의 암송이 물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그 물은 마시는 사람의 병을 낫게 해준다고 했다. 일부 참가자는 꾸란을 읽는 '진동'에 의해 운반되는 모종의 전자기파가 물의 분자 구조를 '재구성'하여 특별한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 한 발표자는 물에 담긴 (...) '꾸란 에너지'를 추출해 에너지를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기록하며,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전송하기까지 할 수 있는 장치를 선보였다. 
(...)
컨퍼런스는 일련의 결의를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해당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정부가 잘 훈련되고 충분히 교육받은 술자에 의한 꾸란 치료를 행하는 치료소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컨퍼런스는 보건부 및 종교부가 합동 위원회를 만들어 꾸란 치유사에게 (...) 시험을 의무화하고 통과하면 인증을 발급하는 일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Gessoum, Islam's Quantum Question: Reconciling Muslim Tradition and Modern Science, I. B. Tauris, 2009


한의학이나 중의학이 연상될 수 밖에... 물론 아마 저 정도로 막장은 아니고 최소한 나름의 체계성도 있고, 천연물화학, 보건통계학 등 과학의 방법론과 내용을 적어도 일부는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을 텐데, 그래도 소름돋았다. 



트랙백한 글과 깉은 과학사 연구의 위험성 중 하나가 바로 저런 소위 '이슬람 과학'과 같은 사이비과학에 대한 방어에 오용될 가능성이다. 뭐 논리가 개판이니까 방어 논리로 쓰인다고는 못하겠고, 그냥 우물에 독을 타버리는 효과가 난달까...

과학이라고는 못하겠으니 인문사회 밸리로

덧글

  • .... 2018/08/04 10:48 # 삭제 답글

    한의학은 저 수준보다는 좀 낫습니다. 약팔이들이 넘쳐서 문제가 크죠.
  • acio2 2018/08/04 13:02 #

    ...그렇겠지요?
  • 유월비상 2018/08/04 13:06 # 답글

    보면서 https://ppss.kr/archives/14168 글이 떠올랐는데,
    이 수준의 연구들이 횡행하는게 무슬림 과학의 현실인가요.

    코란과 평범한 책의 에너지가 어떻게 차이나는지 궁금할 뿐이네요.
    + 정령 에너지 운운한 부분에선 그냥 두손두발 다 들었습니다.
  • acio2 2018/08/04 13:14 #

    저게 이슬람권 과학의 최고나 최빈, 평균 수준이냐고 한다면 물론 다 전혀 아닐 것 같습니다만, 최저라고는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저런 '연구'가 제도권 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막힌 일이지만요.
댓글 입력 영역